출발 이틀 전 기상청 어플로 예보를 확인했다.
흐림. 강수확률 30%
T.V에서도 제주도와 남부 해안을 제외하고는 약간 빗방울이 떨어지는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 브레베 참가를 확정지었다.
당일 새벽 4시쯤 상주를 향하는데 차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그래도 그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_-
초반에 그렇게나 비가 내릴 줄이야...
그래서 사진도 거의 못찍었고, 빨리 복귀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달렸다.
아직 어두울 때라 사진에 노이즈가 자글자글하다.
새벽 5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접수와 검차가 진행중이다.
복귀점은 터미널앞 던킨 도넛.
작년에 누가 응X를 싸놓고 변기를 막아놓던 지 한 듯 하다.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의 여성분이 잘 번역해 주심.^^
그리고 5시 정각 출발.
이 때만 해도 날씨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업힐구간이 많은 코스이니만큼 가민의 고도점을 세팅해 둔 편의점 앞으로 되돌아가서 스타트버튼 누르고 다시 출발했고, 일행인 질여풍이는 선두그룹과 함께 그대로 출발.
(하지만 비때문에 가민의 기압센서 구멍부위가 막혔는지 라이딩 내내 고도와 경사도는 무용지물이었다.)
먼저 간 질여풍이를 따라 잡으려다 조금 페이스오버를 해버렸다.
평지를 심박 160이상으로 쫒아갔지만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 안가서 비가 상당히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또 한가지 문제 발생.
그 전에도 자전거가 좀 안나가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우산재 넘어가서 평지구간 속도가 20Km/h밖에 안나왔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가 사실 평지처럼 보이지만 2%정도 경사가 있는 곳은 아닐까?(이미 가민 경사도는 먹통)
초반에 페이스오버한 것때문에 벌써 봉크가 온건가?
그렇게 느릿느릿 가다가 추월해 지나가는 분들 속도를 보면서 아차 싶었다.
이건 기재트러블이 확실하구나.
아니나 다를까 앞바퀴쪽을 자세히 보니 큐알이 풀려 있다.
큐알이 풀려서 휠이 삐딱하게 브레이크패드에 계속 닿아 있었던 것.
이러니 속도가 날리 만무하다.
검차하던 백인 분이 큐알을 건드리던데 아무래도 그 때 풀린 듯 했다.
티탄큐알이라서 레버잠기는 감이 일반 큐알하곤 좀 다르긴 하다.
뭐 어쩌겠나, 확실히 점검안한 내 탓인 걸....
다시 큐알 꽉 잠그고 출발.
단번에 속도가 30Km/h 나온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같이 온 질여풍하고 만나야 할 것 같으니 열심히 코스따라 간다.
두 시간이 지난 7시.
50Km 달린 지점에서 질여풍이가 비를 피하고 있다.
날 기다려 줬을리는 만무하고 아마 선두그룹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듯.
-_-
둘이서 양갱 반쪽씩 나눠먹고 바로 출발.
그런데 몇백미터 가지도 않아서...
질여풍 펑크....
처음엔 비오면 그냥 리타이어하자 그랬었지만, 비맞고 타다보니 오기가 생겼었다.
나도 질여풍이도 끝까지 달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의외의 사태가...
왜인지 평소 늘 가지고 다니던 공구통도 안챙겼다.
튜블러라 예비타이어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DNF.
나도 같이 돌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그냥 혼자 달리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질여풍이도 상당히 아쉬웠던 듯, 2주밖에 안남은 포항 브레베라도 나가야 하나 하면서 메세지를 보내왔다.
전송해준 사진보니 타이어가 이 상태다.
어디 찔려서 터진 것도 아니고 그냥 수명이 다했다.
비에 젖어 신발은 질척질척, 생각외로 기온도 낮아서 몸이 덜덜 떨렸다.
우여곡절끝에 첫번째 CP 괴산에 도착.
가민500이 오래된 기기라서 조금 긴 코스 넣으면 코스이미지 그려지는 게 엄청 더디다.
때문에 괴산읍내에서 CP 찾느라 조금 헤맸다.
한달전에 왔던 곳인데... 난 은근 길치인가 보다.
CP에선 흩여졌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결과적으론 여기서 만난 분들과 결국 끝까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넛두개 먹고, 물통엔 이온음료 가득채움.
그리고 바로 이화령으로 출발.
이화령 도입부 다리밑에서 다리 좀 주물러서 풀어주고, 파워젤 하나 먹음.
그리고 뒤에 오시던 한분 따라서 같이 올라가기 시작.
이화령은 하도 자주 올라서 익숙하다 못해 이젠 편하다.
사실 길이만 좀 길 뿐 경사도로 따지면 평이한 오르막이라...
이화령 CP 사진은 없음.
아니... 전체적으로 사진이 거의 없다.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고...
이화령CP에 도착하니 출발 때 봤던 얀아저씨와 여성분이 기다리고 있다.
두 분도 막 도착하신 듯 했다.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고 하신다.
이미 우리보다 한참 전에 한 무리가 지나갔다고 하니 더 놀라신 듯 했다.(그 분들은 레알 괴수)
결국 나와 한 분이 첫 이화령CP도장을 직접 받는 영예를...
그리고 질여풍은 기권했다고 보고.
원래 출발지점에서 DNF시 문자로 알려달라고 했어야 했다는데 잊어버리셨다고...
같이 오른 분이 캄파구동계 쓰시길래 레버 한번만 잡아보자고 양해드리고 만져봤다.
캄파레버는 처음 만져보는 거라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얀아저씨가 보급용 바나나박스 나르시는 거 조금 도와 드린 후, 바나나 두개 먹고 바로 다운 힐.
조금 이른 시간-오전 10시 조금 넘었음-이지만 미리 점심 식사.
지난 번 사전답사때 갔던 보리밥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
이제 상주브레베의 하이라이트인 여우목고개를 향한다.
고개 바로 전에 있는 오르막에서 백인분들 여럿이서 추월해간다.
이 형씨들은 나중에 알고보니 무서운 분들...
여우목 도입부 급경사는 과감히 끌바 시전.
다리도 보호할 겸, 어차피 급경사는 타고 가도 속도 안난다.
저번에 타고 넘어 봐서 알게 된 교훈이다.-_-
그렇게 여우목을 넘고, 땡볕이었으면 엄청 괴로웠을 다음 오르막도 오르고....
달리고 달려서...
오후 12시 57분 예천CP 도착.
지난 답사 때는 여기서 보급을 제대로 안한 탓에 마지막에 정말 괴로웠다.
잘 안들어 갔지만 빵 두개랑, 딸기 우유를 위장에 억지로 우겨넣고, 혹시 몰라서 비상용 양갱도 하나 샀다.
서양 형씨가 물통에 넣고 남은 생수병을 주길래 감사히 받았다.
그런데 내 물통은 이미 이온음료 한 가득.
그래서 뒤에 오신 여성분께 다시 드렸다.
피나렐로에 듀라구동계, 휠셋은 펄크럼레이싱 제로였던 듯...
이런 것만 기억하니 난 역시 장비덕후인 것 같다.-_-
이 여성분과는 상주시내에서도 다시 만나서 같이 종점에 도착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여기서부터 상주까지는 이상하게 역풍이 분다.
2~8%사이 경사의 짧은 오르막도 수시로 나와서 안그래도 얼마 안남은 체력을 마저 갉아 먹는다.
그나마 예천에서 보급을 한 덕분에 견딜만은 했다.
또 중간에는 엉뚱하게 4대강 자전거길 올라가서 헤매기도 했고...
상주시내 막들어가서 느려터진 가민 보며 길찾아 헤매고 있으니 한무리가 달려온다.
아까 예천에서 뵌 여성분과 괴산, 이화령 CP에 같이 도착한 분, 그리고 다른 한분이었다.
그 분들과 섞여서 문제의 던킨 도넛에 도착.
10시간 15분.
초반에 기재트러블과 길찾아 헤맨 것만 아니었음 10시간 안으로 끊었을 지도 모르겠다.
비경쟁이긴 하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그러라고 하는 랜도너스가 아닌데...-_-)
아까 여우목 전에 추월해간 서양분들...
랜도너스 1200K 저지를 입고 있다.-_-
저건 난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얀아저씨와 하이파이브 하고 나와서 버스타고 복귀.
버스안에서 생각하니 메달 사는 걸 깜빡했네.
다른 200K 또 달려야 하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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