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노동절 휴일에 혼자 차 타고 가서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여우목고개만 오르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혹시나 싶어 친척인 질여풍군에게 같이 갈 테냐 얘길 했더니 그냥 코스 전체를 다 돌아보자고 한다.
한번 달려 본 거랑 처음 가서 완주하는 건 전혀 다르대나?
그렇게 해서 예정에도 없던 상주 랜도너스 전체구간 사전답사가 계획되었다.
너무 급작스럽게 정해진데다 코스 길이가 만만치 않아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것 등등, 여러 모로 다른 동호회 분들께 함께 가자고 말씀 드리기 부담스러워서 그냥 둘이서만 다녀오게 되었다.
아무리 급히 정해진 거라도 거리가 거리인 만큼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했다.
지난 번 벽진라이딩 때는 차 타고 나오다가 헬멧을 깜빡한 걸 깨닫고는 급히 돌아와서 챙겨야 했다.
이번에는 휴대폰에 준비물들을 생각나는 대로 미리미리 메모해 두고, 가기 전 빼먹은 게 없나 확인하는 방법을 택했다.
나중에 보니 전혀 쓸모 없는 물건도 있었다.-_-
그리고 가민에는 내비대용으로 활용할 코스파일을 넣어두고, 액션캠, 디카 배터리도 완충시켜 놓았다.
당일 새벽5시에 일어나서 5시반경 구미에서 출발했다.
상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반.
김밥천국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7시정각.
상주시내에서 빠져나올 때도 조금 헤맸고, 위의 사진 속 갈림길에서는가민 코스파일에서 우회전을 좌회전으로 잘못 찍어 놓았다.
저기 말고도 빼먹은 부분이나 틀린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수정한 파일을 추후에 다시 동호회카페에 올려야겠다.
조금 가니 바로 업힐구간이 나온다.
조금 가니 바로 업힐구간이 나온다.
안개 때문에 핸들바와 가민에 이슬이 맺혀 있다.
처음 출발할 때 꽤나 쌀쌀했고, 안개도 심해서 바람막이를 입고 출발했는데 10Km남짓 가서 벗어버렸고 코스 내내 그냥 무게만 나가는 짐짝이었다.
업힐구간까지 거리와 고도, CP, 코스프로파일.
이건 사실 프로선수들이 레이스에서 많이 하는 건데 페이스조절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보면 첫 번째 괴산CP까지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
문경으로 진입.
곧이어 도착한 쌍용계곡
경치가 좋아서 또 한 컷
그래도 이때까진 경치 감상할 여유가 있었지…
쌍용터널.
여긴 과속하는 차들 있다면 로드킬 당하기 딱 좋다.
랜도너스코스가 여기저기를 막 넘나든다.
여기도 지나가다 뒤에 보이는 산이 멋있어서 한 컷.
질여풍군이 이르기를 ‘속리산’이란다.
'아... 저기가 그 속리산이구나.'(아직 못가봄)
'아... 저기가 그 속리산이구나.'(아직 못가봄)
업힐 정상에 있던 백두대간 표지석.
그리고 이 곳은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표정을 보면 서서히 멘탈이 나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음.
다시 꾸역꾸역 달려서 충북으로 진입.
일단 순간경사도는 11%
차가 제법 많이 다녀서 위험하니 후미등 번쩍번쩍 켜두고.
괴산읍내까진 계속 차량통행이 많으니 차조심조심.
…인데 구경만 하고…
여기가 앉을 자리가 좀 더 넓더라.
대회 때는 편의점에서 도장 찍어주는 걸로 아는데 이러면 상도의에 어긋나려나?-_-
이렇게 잠깐 휴식과 보급을 마친 후 바로 출발.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행촌교차로.
그렇다. 국토종주 이화령업힐의 시작점.
이제부터 평균경사도 6%에 5Km거리의오르막이다.
사실 꽤 긴 구간이긴 하지만 경사도가 낮아서 그냥 저냥 오를 만 하다.
몸이 쌩쌩한 상태라면 말이지.(…)
육수 줄줄 뽑아가며 헉헉대며 올라간다.
드디어 도착했다.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냥 드러누움.
이제껏 계속된 업힐로 인한 체력소모와 더운 날씨 탓에 멘탈은 가출한 상태.
그래도 잠시 쉰 다음 밥 먹으러 내려간다.
맛있었음.
그리고 또 다시 출발.
상주 랜도너스의 하이라이트인 여우목고개가 보인다.
여우목이랑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힐의 시작점.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가팔라 보이는 급경사가 나오는데 순간경사도가 15%나 된다.
꾸역꾸역 오르면… 저기가 끝이구나 싶은데…
15% 다음에 11%다.
15%가 하도 급경사니 위에는 가려져서 안보였던 것.
잠시 쉬는 구간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꾸역꾸역 오르면 7~8% 경사가 이어진다.
아래쪽 급경사 덕분인 지 갑자기 다리가 편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업힐, 업힐...
무너지는 멘탈을 부여잡으며 겨우겨우 오르면…
드디어 정상이다.
최고고도 622m
표지판의 고도가 620미터였으니 겨우 2m오차.
아침에 고도점을 세팅해둔 덕분에 잘 맞는다.
최고고도를 아는 상태에서 가민에 고도를 띄우고 오르면 전반적인 페이스 조절이 한결 낫다.
탑튜브에 코스데이터를 붙인 것도 같은 이유.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지만…
여우목 고개의 반대편 내리막.
경사도 13%
정말 위험하니까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여길 반대로 오르는 것도 죽음이겠는걸…
이후로는 사진이 별로 없다.
정말 사진 찍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정신붕괴상태.
이건 여우목고개 다음에 나오는 마지막 업힐구간의 정상.
나무그늘아래 시원한 아스팔트바닥에 드러누워 사진 한 컷.
파란 하늘과 5월의 신록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정말 예뻤다.
‘거 참 라이딩하기 딱 좋은 날씨네.’
…..ㅜㅜ
마지막 CP인 예천읍 CU
여기서 큰 실수를 하고 만다.
앞으로 거리도 얼마 안남았고 코스데이터보니 거의 평지에 가깝네.
설렁설렁 가도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
탄산음료랑 김밥 한 줄 사서 둘이 나눠먹고 그냥 출발해버렸다.
탄산음료랑 김밥 한 줄 사서 둘이 나눠먹고 그냥 출발해버렸다.
얼마 안가니 심박은 150이상인데 평지속도가 20Km/h밖에 안나왔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숨은 가쁘다.
소위 말하는 봉크가 온 것.
남은 파워젤 하나를 먹고 가지만, 그거 하나로 회복이 될 리가 있나.
엄밀히 말해 나머지 구간이 평지는 아니었다.
낮은 구릉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거기다 약한 역풍.
종점까지 30Km…
1Km, 1Km가 정말 안 줄어드는 느낌이다.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는내 엉덩이가 아니고…
그냥 온 몸이 쑤신다.
남은 힘을 쥐어짜내 기어가는 속도로 겨우겨우….
거의 딱 12시간 걸렸다.
거리는 좀 헤맨 탓에 216Km
거리는 좀 헤맨 탓에 216Km
가민에 묻은 송화가루도 그 날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다.
상승고도 2287m
상주시내로 들어오면서, 그리고 차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
“이 짓을 다시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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