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월요일

포항 란도너스 200K 후기

이게 다 메달때문이다.

지난 상주 란도너스를 완주한 후 버스타고 복귀하며 메달구입을 깜빡한 걸 깨달았다.
시간이야 한참 남았었기에 복귀해서 씼고 차몰고 가서 사올까도 싶었지만 귀찮아서 패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냥 다시 가서 사오는 게 정답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상주에서 펑크로 DNF해서 억울해서 다시 달려야 겠다며 포항 란도너스를 신청한 치경이를 따라서 결국 나도....ㅜㅜ

퇴근은 늦고, 따라서 자전거 탈 시간도 없으니 엔진은 점점 퇴화중이고..
요즘 들어 잠도 푹 자질 못하고 있다.
컨디션은 엉망인 상태로 란도너스 당일이 되었다.





집결지인 구 금오공대에 도착.

3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자다 깨다하다 보니 조금 일찍 도착했다.
지금보니 건물이 꼭 귀신 나올 것 같다.

치경이도 일찍 도착해 있었고, 이어서 동억님, 호년님 도착.
차에 캐리어 달고 잔차싣고 하니 금세 3시 30분가까이되었다.
그 와중에 호년님은 캐리어달다 손다쳐서 새벽부터 피봄.
아스팔트에 피가 뚝뚝... 완주후에 보니 바테잎에도 여기저기 핏자국이...ㅜㅜ



 출발점엔 처음 보는 브랜드의 잔차가 딱!
이건 새로 나왔다는 "DONGWON" 프레임?
...라는 건 뻥이고 정동원님의 자전거.
휠셋은 최근 새로 구입하셨다는 C24 튜블리스인데 겉으로 봐선 클린쳐랑 구분이 안간다.
가격은 이 쪽이 20만발가까이나 더 비싸다.
뒷드레일러에는 대형 풀리세트가 장착되어 있고, 큐알도 사외품.
안장은 내가 전에 쓰던 거랑 같은 형상의 대륙카본 안장.
저 안장은 산마르코 아스피데 슈퍼레제라-이름 한번 길다-의 짝퉁인데 페인팅만 다르게 여러가지로 나오는 것 같다.
대륙산 물품중에 만족도가 꽤 컸었다.
다만 폼이 하나도 없어서 장거리 거친 노면은 좀 불편해서 팔아버렸지만...
구동계는 전반적으로 105이고 크랭크는 울테에다 타원형 싱글 체인링 장착.
동원님도 은근 장비덕후 기질이 있으신 것 같다.
흥미있는 구성.
이래저래 남의 장비 관찰하기는 재밌다.






자자... 탑튜브의 생년월일에 주목.
생일되면 선물 드립시다.
사실 싯튜브엔 두 글자가 가려져 있다.
'남이' 흐르는 것은 당연.


맨 왼쪽에 코리아 란도너스 1200K저지분은 아마도 대굇수 제이슨 햄?, 옆에 분은 부산 란도너스 스텝인 이아담씨, 쪽모자 쓴 흰머리 아저씨가 바로 한국 란도너스 협회장인 얀 본스트라.



과연 첫CP에서 도장 받은 사람이 있었으려나?
두번 때 CP도착후 잠깐 기다리니까 얀아저씨와 아담씨가 급히 도착하던데...
이번에도 복귀점은 던킨도넛.



두번째 CP
우르르 도장 받는 중.
여기서 아침으로 빵이랑 컵라면 먹음.


아직 여유있는 전치경군.
다들 라면 먹는데 혼자 안먹더라니 결국엔...-_-
옆에 동억님 찬조출연.


여기가 아마도 세번째 CP던가...?
대충 통과.


영천들어가기전 점심식사.
좌로부터, 전치경, 성함 모르는 굇수님(아래에 설명), 동원님, 호년님
메뉴는 대구탕.
아침 안먹더니 치경이는 2인분 먹음.
원래 동억님 것 시켰는데, 혼자 가시다 지나쳐서 영천에 먼저 도착하셨다.
(사실 치경이랑 나도 흘러서 지나쳤다가 되돌아옴-_-)
그래서 치경이가 두 그릇 흡입.
사진봐도 얼마나 급히 먹는 지 알수 있다.
오른손이 분신술을 쓰고 있음.
계속 파워젤이나 에너지드링크, 이온음료, 꿀(동억님 감사함다.), 양갱 등등...
단 것만 먹다 짭쪼름만 국물이 들어가니 정말 맛있었다.

죄송하게도 이후로는 라이딩 사진이 없다.
정말 컨디션이 엉망이라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다.
상주때야 빨리 가서 쉬자는 생각으로 사진 못찍었지만, 이번엔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 찍은 버브 엘리트 영상으로 땜빵.



제목 그대로 포항을 급히 탈출중.
(버브 영상은 전부 720P 60f으로 찍음, 우하단 설정누르면 고화질로 감상 가능.) 
4분 46초 보면 초반부터 길 헤매는 분이 보인다.;;
이날 갈림길에서 한 열번은 헤맨 것 같다.



전반적으로상주때보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민의 경사도도 여전히 오락가락 중.


동원님은 역시 살방살방 댄싱으로 잘 오르시고...
동억님도 끈기있게 오르시는데...
난 흐름ㅜㅜ
9시면 아직 초반인데도...






포항 란도너스 200K 나머지 이야기들.

1. 위의 사진에 성함모르는 분은 진정 굇수이심.
(동원님이랑 같이 대구 300K 완주하셨다 함)
뒤에 따라가다 떨그럭 소리가 나서 보니까 스프라켓 락링이 풀려있었음.
그 상태면 힘손실은 물론이고 변속도 제대로 안될텐데 동원님과 더불어 우리(치경, 동억님, 나)보다 먼저 완주.
 (스프라켓 락링은 40뉴튼으로 조인다. 40뉴튼이면 거의 있는 힘껏. 샵에서 장착한 것 같은데 그 샵 참...-_-)

2. 초반에 메르스지역(포항, 경주)는 빨리 탈출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나 끌어재낄 줄이야.
노면 상태가 별로인 곳도 많았는데 거진 35Km/h정도를 유지했다.
꾸역꾸역 따라가다 결국 포기.
안그래도 안좋은 컨디션이었는데 이 때 오버페이스가 란도너스 전반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위에 영상대로 초반 업힐에서도 막 흐르고...-_-

3. 할아버지 두 분도 참가하셨는데 거의 우리랑 비슷한 시간에 도착.
먼저가서 쉬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따라오심.
대단하셨음.

4. 내리막 구간 한군데 도로가 완전히 패이고 아스팔트가 가루로 되어 쌓인 곳이 있었다.
그냥 주~욱 미끌어짐.
낙차안한 게 천운이었다.
뒤에 따라오던 차도 같이 미끌어질 정도였으니...
 
5. 두번째 CP에서 라면시식중에 들려오는 소리.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경로안내를 종료합니다."
나도 담에 자동차용 내비어플 쓸까?

6. 코스가 전반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아주 높은 고개는 없지만 자잘한 게 계속 짜증나게 만든다.
마지막 포항공대 언덕 넘을 땐 진짜 코스디자이너 얼굴 한번 보고 싶었다.

7. 전치경군은 나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고 싶었는 지 먼저가더니만 겨우 2분 일찍 도착.

8. 그렇게 일찍 가더니만 첫 완주라고 쪽모자 받음.
난 상주때 물통 받았는데...물통보단 쪽모자가 나은데...ㅜㅜ

9. 당일 바로 시골집에 내려가서 다음날 농사일 거듬.
죽을 맛이었고.... 오늘도 죽을 것 같아 반차쓰고 퇴근.ㅜㅜ

10. 이번 란도너스의 교훈
여름엔 그냥 에어컨 틀고 방구석에서 로라나 돌려야지



완주후 던킨 도넛에서 파노라마컷.


전리품 모음.





프랑스 ACP에서 발행하는 메달.
이게 뭐라고 이 짓을 한 걸까...ㅜㅜ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상주 란도너스 200K 후기

출발 이틀 전 기상청 어플로 예보를 확인했다.
흐림. 강수확률 30%
T.V에서도 제주도와 남부 해안을 제외하고는 약간 빗방울이 떨어지는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 브레베 참가를 확정지었다.

당일 새벽 4시쯤 상주를 향하는데 차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그래도 그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_-
초반에 그렇게나 비가 내릴 줄이야...
그래서 사진도 거의 못찍었고, 빨리 복귀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달렸다.


아직 어두울 때라 사진에 노이즈가 자글자글하다.
새벽 5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접수와 검차가 진행중이다.



복귀점은 터미널앞 던킨 도넛.
작년에 누가 응X를 싸놓고 변기를 막아놓던 지 한 듯 하다.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의 여성분이 잘 번역해 주심.^^


그리고 5시 정각 출발.
이 때만 해도 날씨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업힐구간이 많은 코스이니만큼 가민의 고도점을 세팅해 둔 편의점 앞으로 되돌아가서 스타트버튼 누르고 다시 출발했고, 일행인 질여풍이는 선두그룹과 함께 그대로 출발.
(하지만 비때문에 가민의 기압센서 구멍부위가 막혔는지 라이딩 내내 고도와 경사도는 무용지물이었다.)
먼저 간 질여풍이를 따라 잡으려다 조금 페이스오버를 해버렸다.
평지를 심박 160이상으로 쫒아갔지만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 안가서 비가 상당히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또 한가지 문제 발생.
그 전에도 자전거가 좀 안나가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우산재 넘어가서 평지구간 속도가 20Km/h밖에 안나왔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가 사실 평지처럼 보이지만 2%정도 경사가 있는 곳은 아닐까?(이미 가민 경사도는 먹통)
초반에 페이스오버한 것때문에 벌써 봉크가 온건가?
그렇게 느릿느릿 가다가 추월해 지나가는 분들 속도를 보면서 아차 싶었다.
이건 기재트러블이 확실하구나.
아니나 다를까 앞바퀴쪽을 자세히 보니 큐알이 풀려 있다.
큐알이 풀려서 휠이 삐딱하게 브레이크패드에 계속 닿아 있었던 것.
이러니 속도가 날리 만무하다.
검차하던 백인 분이 큐알을 건드리던데 아무래도 그 때 풀린 듯 했다.
티탄큐알이라서 레버잠기는 감이 일반 큐알하곤 좀 다르긴 하다.
뭐 어쩌겠나, 확실히 점검안한 내 탓인 걸....
다시 큐알 꽉 잠그고 출발.
단번에 속도가 30Km/h 나온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같이 온 질여풍하고 만나야 할 것 같으니 열심히 코스따라 간다.

두 시간이 지난 7시.
50Km 달린 지점에서 질여풍이가 비를 피하고 있다.
날 기다려 줬을리는 만무하고 아마 선두그룹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듯.
-_-

둘이서 양갱 반쪽씩 나눠먹고 바로 출발.
그런데 몇백미터 가지도 않아서...


질여풍 펑크....
처음엔 비오면 그냥 리타이어하자 그랬었지만, 비맞고 타다보니 오기가 생겼었다.
나도 질여풍이도 끝까지 달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의외의 사태가...
왜인지 평소 늘 가지고 다니던 공구통도 안챙겼다.
튜블러라 예비타이어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DNF.
나도 같이 돌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그냥 혼자 달리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질여풍이도 상당히 아쉬웠던 듯, 2주밖에 안남은 포항 브레베라도 나가야 하나 하면서 메세지를 보내왔다.


전송해준 사진보니 타이어가 이 상태다.
어디 찔려서 터진 것도 아니고 그냥 수명이 다했다.



비에 젖어 신발은 질척질척, 생각외로 기온도 낮아서 몸이 덜덜 떨렸다.

우여곡절끝에 첫번째 CP 괴산에 도착.
가민500이 오래된 기기라서 조금 긴 코스 넣으면 코스이미지 그려지는 게 엄청 더디다.
때문에 괴산읍내에서 CP 찾느라 조금 헤맸다.
한달전에 왔던 곳인데... 난 은근 길치인가 보다.

CP에선 흩여졌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결과적으론 여기서 만난 분들과 결국 끝까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넛두개 먹고, 물통엔 이온음료 가득채움.
그리고 바로 이화령으로 출발.


이화령 도입부 다리밑에서 다리 좀 주물러서 풀어주고, 파워젤 하나 먹음.
그리고 뒤에 오시던 한분 따라서 같이 올라가기 시작.
이화령은 하도 자주 올라서 익숙하다 못해 이젠 편하다.
사실 길이만 좀 길 뿐 경사도로 따지면 평이한 오르막이라...
이화령 CP 사진은 없음.
아니... 전체적으로 사진이 거의 없다.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고...


이화령CP에 도착하니 출발 때 봤던 얀아저씨와 여성분이 기다리고 있다.
두 분도 막 도착하신 듯 했다.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고 하신다.
이미 우리보다 한참 전에 한 무리가 지나갔다고 하니 더 놀라신 듯 했다.(그 분들은 레알 괴수)
결국 나와 한 분이 첫 이화령CP도장을 직접 받는 영예를...
그리고 질여풍은 기권했다고 보고.
원래 출발지점에서 DNF시 문자로 알려달라고 했어야 했다는데 잊어버리셨다고...
같이 오른 분이 캄파구동계 쓰시길래 레버 한번만 잡아보자고 양해드리고 만져봤다.
캄파레버는 처음 만져보는 거라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얀아저씨가 보급용 바나나박스 나르시는 거 조금 도와 드린 후, 바나나 두개 먹고 바로 다운 힐.


조금 이른 시간-오전 10시 조금 넘었음-이지만 미리 점심 식사.
지난 번 사전답사때 갔던 보리밥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

이제 상주브레베의 하이라이트인 여우목고개를 향한다.
고개 바로 전에 있는 오르막에서 백인분들 여럿이서 추월해간다.
이 형씨들은 나중에 알고보니 무서운 분들...

여우목 도입부 급경사는 과감히 끌바 시전.
다리도 보호할 겸, 어차피 급경사는 타고 가도 속도 안난다.
저번에 타고 넘어 봐서 알게 된 교훈이다.-_-

그렇게 여우목을 넘고, 땡볕이었으면 엄청 괴로웠을 다음 오르막도 오르고....
달리고 달려서...


오후 12시 57분 예천CP 도착.
지난 답사 때는 여기서 보급을 제대로 안한 탓에 마지막에 정말 괴로웠다.
잘 안들어 갔지만 빵 두개랑, 딸기 우유를 위장에 억지로 우겨넣고, 혹시 몰라서 비상용 양갱도 하나 샀다.
서양 형씨가 물통에 넣고 남은 생수병을 주길래 감사히 받았다.
그런데 내 물통은 이미 이온음료 한 가득.
그래서 뒤에 오신 여성분께 다시 드렸다.
피나렐로에 듀라구동계, 휠셋은 펄크럼레이싱 제로였던 듯...
이런 것만 기억하니 난 역시 장비덕후인 것 같다.-_-
이 여성분과는 상주시내에서도 다시 만나서 같이 종점에 도착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여기서부터 상주까지는 이상하게 역풍이 분다.
2~8%사이 경사의 짧은 오르막도 수시로 나와서 안그래도 얼마 안남은 체력을 마저 갉아 먹는다.
그나마 예천에서 보급을 한 덕분에 견딜만은 했다.
또 중간에는 엉뚱하게 4대강 자전거길 올라가서 헤매기도 했고...

상주시내 막들어가서 느려터진 가민 보며 길찾아 헤매고 있으니 한무리가 달려온다.
아까 예천에서 뵌 여성분과 괴산, 이화령 CP에 같이 도착한 분, 그리고 다른 한분이었다.
그 분들과 섞여서 문제의 던킨 도넛에 도착.


10시간 15분.
초반에 기재트러블과 길찾아 헤맨 것만 아니었음 10시간 안으로 끊었을 지도 모르겠다.
비경쟁이긴 하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그러라고 하는 랜도너스가 아닌데...-_-)


아까 여우목 전에 추월해간 서양분들...
랜도너스 1200K 저지를 입고 있다.-_-
저건 난 죽어도 못할 것 같다.

얀아저씨와 하이파이브 하고 나와서 버스타고 복귀.
버스안에서 생각하니 메달 사는 걸 깜빡했네.
다른 200K 또 달려야 하나?-_-